창을 통해 외부 공간과 관계를 조성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 건축에 있어서 기본적인 조영 요성 중의 하나이다. 소유와 존재의 철학적 사상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이러한 사고는 인간 자연 속에 머무르는 하나의 존재라는 건축 철학으로 부터 기인하는 사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발전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하나의 구역을 점령하고 폐쇄적인 소유의 대상으로 환원시켜 소유욕을 극대화시켜 표준화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창조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그 이면에는 심리적 공허함을 남기고 있는 것 역시 소유는 존재와 병치할 수 없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내부 공간을 재설정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상품의 가치는 물론 건축설계에 있어서도 효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아파트라는 곳에서 거주자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보는 것에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조망권의 특혜를 가진 소수의 아파트를 제외한 보통의 아파트라면, 인동거리의 제약조건 하에서 앞 동 건물의 뒷면을 바라보는 것이 조망의 전부가 된다. 그에 비해 1층의 아파트가 가지는 특징은 대지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고 대지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찾게 되었다. 저층의 높이에서는 시선이 앞 동을 바라보이는 것이 아니고 땅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시선이 땅을 향할 때,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쌓이는 눈을 볼 수도 있게 된다. 소유하지 않은 외부 세계가 아닌 존재하는 대상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외부의 공간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서는 발코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발코니는 외부의 환경이 배타적인 실내공간으로 전이되는 중간 영역에 있기 때문에 문이나 벽으로 구획하거나 열어놓은 것이 아닌, 가벽과 큰 창을 통해 점진적으로 실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의 겹을 만들어 주었다. 외부 공간에서 창을 경계로 내부공간이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접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였다.
실내공간은 외부 세계로부터 시공간이 지나가는 통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치장을 자제하였다. 재료 자체가 가지는 성질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공간의 내부 공간을 규정하여, 거주자의 시선이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선했고, 장식적인 요소도 최소화하여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파트의 정원은, 단독주택이 가지는 정원과는 다른, 즉 소유하지 않는 공유물로써 존재하는 것인데, 외부 전경을 빌려올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건축철학과 맥락을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단독주택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사이공간을 이 곳에서 경험할 수 있고, 부족하지만 외부환경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통로가 가장 상업적이고 그리고, 오래된 대단위 아파트 안에서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借景의 공간, 분당아파트 리모델링 인테리어: 이상미,조강욱(디자인더개인) 시공: 디자인더개인 위치: 경기도 성남시 연도: 2018